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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1, 레이첼 카슨

첫 갈피는 ‘조석潮汐’ 에 관한 이야기야. 조석은 하루에 두 번씩 바다가 들고 나면서(밀물과 썰물) 해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상. 흔히 지구와 달 사이 인력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거기에 지구와 태양 사이 인력, 그리고 지구와 달의 공동 무게중심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 때 생기는 원심력 등이 어우러진 힘이 바다를 움직이는 기조력이래. 달은 태양보다 그 질량은 한참 작지만 이 영향을 능가할 만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달이 지구 조석에 끼치는 영향력이 태양의 배 이상으로 큰 거지.(만유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니까. (몸이 멀어지면 관계는 급속히 멀어진다네))

 

그런데 이 조석이, 지구에 바다가 생기기 전에, 달이 생기기도 전에 벌써 있었다고 해. 지구가 생겨나 식어가던 시절, 갓난아기 두개골처럼 따끈따끈하고 말캉말캉했던 지표가 태양 중력에 이끌려 꾸울렁 꾸울렁했던 것. 지구가 식고 지각이 단단해져가면서 그 정도가 약해졌겠다 싶은데, 어떤 지구인들은 그러기 전에 이 꿀렁임이 점점 더 거대해지다가 지표 일부분이 떨어져나가버리는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 태양에 의한 조석도 주기가 있고 지구 자체도 ‘자유 진동 주기’라는 게 있는데(모든 것이 그 고유한 진동 주기가 있어. 대개 단단한 것은 덜 진동하고 유동체는 더 진동하지. 어린아이들이 주변에 쉽게 동조되듯 이때 지구는 아직 굳지 않은 반유동체 상태였으니..), 이 두 주기가 근접하다가 일치하면서 조석의 운동량과 속도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갔다고 해. 바로 ‘공명共鳴’ 현상! 그렇게 점점 더 태양쪽으로 무섭게 솟구쳐오르던 지표가 어떤 한계에 이르러 쯔억- 하고 떨어져나가버린 거야. 너무 가까운 관계에서 가슴 한쪽이 찢겨나가버리는 일이 있듯이. 이를테면 오랫동안 뱃속에서 꿀렁이던 태아가 어미 몸 밖으로 떨어져나오듯이 말야. 이 이야기에 따르면 지구는 그렇게 달을 낳았어. 그리고 그 떨어져나간 상처자리가 지금의 태평양이야.

 

하나의 가설이지만대단히 멋진 이야기야. 관계에 의해 자기를 잃고, 그 상실을 통해 전혀 새로운 관계/시스템/한때가 탄생하는 이야기. 아기가 ‘한동안’ 엄마 주변을 맴돌듯 달이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이겠네. 지구를 은근 일렁이게 하면서. 실제로 관측에 따르면 달은 1년에 4cm씩 지구에서 멀어진다고 해. 원래 태양으로 가고 싶었으니.



새로 생긴 지구에는 바다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조석이 일어났다. 태양의 중력에 끌리는 지표면의 용융 액체는 조석을 일으키며 솟아올라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한 조석은 지각이 냉각되며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점점 정도가 약해졌다. 달이 지구의 아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구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굽이치는 점착성 액체 조석의 속도와 운동량이 커져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높이로 치솟게 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렇게 거대한 조석을 일으킨 힘은 공명 효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에 태양 조석의 주기는 액체 지구의 자유 진동 주기에 접근하다가 일치했다. 그래서 모든 태양 조석은 지구의 진동에서 더 큰 운동량을 얻었고, 하루에 두 차례씩 일어나는 각각의 조석은 바로 그 앞에 일어난 것보다 더 커졌다.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괴물처럼 점점 커져가는 조석이 500년 동안 계속되면, 태양을 향하고 있는 쪽의 조석이 너무 높이 솟아오른 나머지 불안정해져 우주 공간으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고 계산했다. 그렇지만 새로 생겨난 위성은 곧바로 물리학 법칙에 따라 지구 주위의 궤도를 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보는 달이 생겨난 것이다. 


지구의 지각이 반액체 상태일 때가 아니라 약간 굳어진 상태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지구 표면에는 지금도 거대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상처자리가 바로 태평양이다. 일부 지구물리학자들은 태평양 바닥이 지구의 중간층을 이루는 물질인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다른 대양들은 맨 바깥층을 이루는 주요 물질이 얇은 화강암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태평양의 화강암층은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달이 생길 때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달의 평균 밀도는 지구보다 훨씬 작은데(5.5에 비해 3.3), 이것은 달이 지구의 무거운 철질 핵 물질을 하나도 포함하지 않고, 바깥층의 화강암과 일부 현무암만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이충호 옮김, 양철북(2017), p.28~29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