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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2, 레이첼 카슨

<바다책_갈피>는 바다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책에서 찾고 발췌해 공유하는 코너야. 오늘 ‘지구의 날’에는 지난번에 이어 “조석(潮汐)”에 관해 좀더 얘기하고 어여쁜 바다 벌레를 소개하려 해.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까지 내려져 혼란한 와중이지만, 잠시 귀 기울여 “싱그러운 메시지”를 들어보자. 내가 기울면 언제나 들려 와. 지구처럼 기우뚱, 몸을 기울여 듣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래. 


지난번 책갈피는 달이 떨어져 나간 상처자리에 물이 들어찬 게 태평양이라는 이야기였어. 우리나라 동해나 황해의 조석은 대부분 이 태평양의 조석이 전파되어 들어온 거야. 달과 태양 등에 의한 기조력으로 동해와 황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조석도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해. !?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조석을 일으키는 힘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우주적인 것으로, 지구의 모든 부분에 똑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떤 장소에서 일어나는 조석의 성질은 국지적인 문제로, 거리가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도 (조석간만의 규모와 리듬 등이) 놀라울 정도의 차이가 나타난다.”(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0) 그러니까 동해와 황해의 조차가 차이나는 까닭은 두 바다의 수심과 해저나 연안 지형 등이 다르기 때문이지. 학교 다닐 때 황해는 수심이 얕아서 조석간만의 차가 크다고 배웠잖아. 그게, 태평양의 조석파가 수심이 얕은 바다로 들어오면 그 파장이 짧아지게 되는데, 긴 파장 안에 있었던 에너지가 짧은 파장 안에 응축되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서 그 파고, 즉 조차가 커지게 되는 거래. 게다가 황해는 태평양을 향해 넓게 열려 있어서 대양의 조석 에너지의 유입량 자체도 많고. 태평양 조석파의 주기와 황해의 고유 진동주기와 거의 일치해 공명共鳴 효과(지난번 책갈피에서 중요했던!)도 있고...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석은 천체들 사이 힘들과 지구의 국지적 특성들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매우 복잡하고 매우 매우 매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겠니.


두 번째 책갈피는 이런 조석의 리듬을 체화한 생물에 관한 이야기야. 사실 모든 생물이 그런 생물일 걸. 기조력은 지구에 있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데다 생물 몸은 많은 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잖아. 그 뿐 아니라 지구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오래 살았으니까 다들 어딘가에 바다의 기억이 각인돼 있을 거야. 인간 역시 의식하진 못해도 이 리듬을 ‘알고, 기억하고’ 있겠지. 숨과 피와 잠의 리듬으로. 대표적인 게 여성의 월경 주기지. “저녁형 인간”에게 이 리듬이 좀더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루나틱lunatic이나 늑대인간과도 연관이 되겠네? 그런데 오늘 주인공 콘볼루타 로스코펜시스(Convoluta roscoffensis)는 이 바다의 리듬을 보다 강하게 체화한 듯한 초록 벌레야. 어떻게? 녹조류와의 “공생共生”으로!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라는 책에서도 이 콘볼루타가 소개돼. 인터넷에 사진들이 꽤 많이 떠다니니 검색해보자. "Roscoff worm", "mint-sauce worm" 등으로도 불리고, 학명은 “Symsagittifera roscoffensis”.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조석과 생물 사이의 관계는 아무런 특징도 없이 아주 작은 편평한 몸을 가진 지렁이류인 콘볼루타 로스코펜시스(Convoluta roscoffensis)이다. 이 동물은 브리타니 북부와 채널 제도의 모래 해변에 산다. 콘볼루타는 녹조류와 놀라운 공생 관계를 맺고 사는데, 녹조류 세포가 콘볼루타의 몸 속에 들어가 살기 때문에 그 조직은 녹색을 띠게 된다. 콘볼루타는 공생 관계인 식물이 만들어 내는 녹말을 먹고 사는 영양 섭취 방법에 완전히 의존하기 때문에 소화 기관이 퇴화해 버렸다. 녹조류 세포가 광합성(햇빛이 필요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콘볼루타는 썰물이 빠지자마자 조간대(간만 사이의 해안)의 축축한 모래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이 때 모래 바닥에는 수천 마리의 콘볼루타로 이루어진 커다란 녹색 얼룩이 곳곳에 나타난다. 물이 빠진 몇 시간 동안에 콘볼루타는 이렇게 햇빛 아래에 나와 있고, 그 동안에 식물은 녹말과 당을 만든다. 그러나 밀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면, 콘볼루타는 파도에 휩쓸려 깊은 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콘볼루타의 삶은 조석 주기에 따라 썰물 때에는 햇빛을 받기 위해 위로 올라가고, 밀물 때에는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 행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콘볼루타의 행동 중에서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한 해양생물학자가 어떤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콘볼루타 군집 전체를 실험실로 옮긴 적이 있다. 그 곳의 수족관에는 조석이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콘볼루타는 매일 두 번씩 수족관 바닥의 모래 위로 올라와 햇볕을 쬐었다. 그리고 매일 두 번씩 다시 모래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뇌나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심지어 분명한 지각조차 할 수 없는 콘볼루타가 이질적인 장소에서도 그 작은 녹색 몸의 모든 신경 섬유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의 조석 리듬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이충호 옮김, 양철북(2017), p.235~236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