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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소식』 2020 가을호 “신안 만인보”3회, 장산도 선민제(김창헌 정리)


신기했다. 할머니, 그 아래 할머니, 또 그 아래 할머니로 쭉 이어진 오래된 노래를 내가 배우고 있다는 게. 사람들이 모여서 그 노래를 다 같이 배우는 모습도 신기했다.

 

장산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장산도 들노래를 배웠다.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이 알려줬다. 장산도에만 있는 귀한 노래라고 했다. 들노래 담당 선생님이 섬을 떠나면 다른 선생님이 들노래를 가르쳐줬다. 마을에서 노래를 하는 할머니, 할어버지가 오셔 “이 부분은 목소리를 키워라” 하고 고쳐줬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들노래를 배우고 공연을 했다.

 

어르신들이 노래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나를 ‘장산도 꼬마 노래꾼’이라고 했다. 노래 부르는 게 굉장히 재밌다. 장산도들노래는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노래다. 모 찌고, 모 심으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나는 논에 풀(김)을 다 매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르는 ‘길꼬내기’가 가장 흥이 나고 좋다. 긴 노래가 끝나는 대목이라 나도 농사를 다 끝낸 것 같아 뿌듯하다.

 

장산도 들노래를 부르면 시골의 정이 느껴진다. 이 섬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느껴진다. 노래는 자기 마음과 흥을 말과 가락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농사짓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내 이야기 같아진다.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춤추고, 모내기 시늉도 하고 따라서 불러준다.

 

6학년 때부터 사물놀이를 시작했고 꽹과리를 잡았다. 들노래는 꽹과리에 맞춰 노래를 한다. 그러다보니 꽹과리 소리를 늘 들어왔다. 꽹과리는 징, 북, 장구보다 멜로디가 경쾌해서 좋다. 치는 재미가 있다. 장산중학교는 전교생 16명이 매주 모여 사물놀이를 연습한다. 점심 먹고 다 같이 놀고, 다 같이 국악을 하는 것이 무척 좋다. 나는 부쇠(상쇠 다음의 두 번째 꽹과리 주자) 역할인데 부담감도 있다. 꽹과리가 틀리면 음악이 멈춘다.


『신안소식』 2020 가을호 특집 “신안 만인보”3회에 실린 장산도 들노래꾼 선민제(김창헌 정리) 부분 발췌 



오랜만에 바다책_갈피. 작년 신안 초행길에 읽었던 <신안소식>을 펼쳐 들었어.

 

그날 아침 용산역 가는 길 요란했지. 모처럼 여행에 남편과 아기의 배웅까지 받았는데, 엉뚱한 버스를 타더니 도중에 내려서도 두 번이나 더 잘못 환승했지 뭐야. 그렇게 쳇바퀴 돌다가 택시로 갈아타려고 내린 반포대교 남단은 횡단보도 하나 없었으니―8차선 도로를 무단으로 내달려 중앙차선에서 두어 차례 지랄발광―반대편에서 기적적으로 서준 택시에 홍해에 당도한 모세의 심정―다시 욕 두 바가지 먹으며 무단 횡단―친절한 기사님의 느리지만 빠른 주행 덕에 거의 불가능해보였던 곳에 무려 3분이나 남기고 안착―이랬지. 그러고 책가방에서 꺼내든 게 <신안소식>이었어.

 

“신안 만인보”를 읽는데, 사람 사람 사람 소식들에 와 와 너무 좋은 거야.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 소탈한 글들에, 중간 중간 울컥하며 가슴이 뜨뜻해졌어. 그 중에 장산도 들노래꾼 아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저기 옮긴 글귀들을 읽을 때 그 노래 그 마음이 전해져 왔기 때문일 거야. 들노래의 내력이 읊어지는 듯 했고 그중 어떤 부분들이 나에게까지 이어져 오는 듯 했어. 보따리 장사하는 김우돌씨 이야기도 그랬는데, 글로 말하고 있는 것을 내가 그대로 받는 것 같았어. 좀 충격을 받았었어. 읽기 전엔 무심결에 그저 그런 ‘잡지’려니 하지 않았겠니. 그런데 좋아서,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니 말할 수 없이 좋았지. 사람들 취재하고 이렇게 정리해 쓴 사람들도 대단해. 어떻게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생생하게 전할까?


만인보 글들은 힘이 있어. 참 소탈한데, 소탈함과 소통의 ‘소疏’는 사이사이 성김. 그래서 그 틈새들로 뭐가 오고 가고 하나봐. 그러며 읽는 이의 마음도 열어주나봐. 마음 뿐 아니라 몸도 움직여줘. 그래서 얼마 전엔 <신안 만인보 展> 보러 자은도까지 다녀왔지. 그 전시가 열린 것도 마찬가지로 만인보의 영향력. 참, 거기서 만인보 최근호들을 봤는데, 이제는 만인보萬人譜에 인간들 뿐 아니라 수국이랑 천일염도 실렸더라. 그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몹시 맘에 들었어. 그들 기세와 자부심에 얼마나 유쾌해졌는지!



지주식 김 양식에 쓰이는 성긴 그물에 걸려 있던 그림들 글들. <신안 만인보 展>은 "신안 만인보"에 소개된 이야기를 국내외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며 만들어져 신안 자은도 둔장미술관에서 열렸다(8/13~9/5).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