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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한 시간여행』#1, 프랭크 섀칭

2~3억 년 전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땅이 하나의 커다란 바다에 둘러싸인 모습이었어. 판게아Pangaea라고 불리는 초대륙이 있었던 건데, 판게아는 pan[범汎]-gaia, ‘모든 땅’ 혹은 '지구 전체'라는 뜻이야. ‘가이아’가 그리스 태초의 여신이자 생명의 모태인 대지를 뜻하니, 어떻게 보면 “범신汎神”이기도 하네. 그런데 판게아가 최초로 형성된 초대륙은 아니야. 대륙은 약 35억 년 전 생겨난 이래 하나로 뭉쳤다 뿔뿔이 흩어졌다를 반복해왔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다시 汎이라는 한자를 음미하니, 물 위에 떠서 물결 따라 널리 널리 떠도는 가이아라는 이미지가 선명해져. 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고, 계속해서 자기 뿐 아니라 바다와 서로서로 모습과 위치를 바꾸고 있고, 그러면서 지구 생명의 양식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말이야.



판게아로부터 분리된 대륙판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인도대륙이 유달리 빨리 움직였어. 작달막해서 그런 건지 저 아래 남극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와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와 주욱 북상했더라고. 그러고 약 5천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판과 만나서 서로 짜부러지며 서로를 들어올렸지. 그게 히말라야. 그 습곡 작용 역시 오랜 기간 이루어져서 8백만 년 전쯤에야 지금과 같은 산맥 지형이 되었다고 해.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티벳에서는 “초모랑마”라고 부르는데, “세상의 어머니 여신”이란 뜻이야.


초모랑마 8천m 부근에는 옐로우 밴드라고 하는 노란 석회암 층이 나타나. 거기서 조개나 산호 화석이 발견되지.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만나기 전에 그 사이에 바다가 있었거든. 그 바다를 “테티스 해”라고 불러. 역시 그리스 여신 이름인데, 그리스에는 테티스라는 이름의 여신이 둘 있어. 아킬레우스의 엄마였던 바다 님프 쪽이 더 알려지긴 했지만 이쪽은 Thetis고, 테티스 바다랑 같은 Tethys는 그 할머니뻘 되는 티탄족 여신, 바로 가이아의 딸이야. 그녀의 오빠이자 남편은 오케아노스, ocean의 어원이지. 테티스 해는 고생대 후기에서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지금의 지중해에서 히말라야, 그리고 아시아에 걸쳐 있던 길고 얕은 바다였대. 그러니까 히말라야의 옐로우 밴드는 테티스 해 바닥에 있던 퇴적암의 흔적이지. 또 다른 흔적은 잔존하는 바다들이고 그 중 하나가 지중해地中海야. 크레타 섬을 비롯해 고대 여신 문화가 꽃피었던 곳.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판게아를 둘러싸고 있던 거대한 바다를 판탈라사Panthalassa라고 하는데, 탈라사Thalassa는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여신, 특히 지중해 여신을 일컫지. 


아홉 번째 바다책_갈피는 판-가이아와 판-탈라사가 몇몇 조각으로 나뉘며 생겨났던 테티스 해가 계속해서 작아지고 얕아지고 따뜻해지던 때에, 그 해변을 거닐던 어떤 동물이 전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혹등고래가 부르는 세이렌의 노래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수수께끼 같은 돌고래의 미소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잘 아는 범고래들은 온 바다에 무슨 소식을 전하고 다니는 것이며, 길이가 33미터나 나가는 흰긴수염고래의 두개골에는 태곳적의 어떤 지혜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신비스런 바다의 포유동물들이 우리한테 알려줄 것은 무엇일까?


비의를 믿는 자들의 말이지만, 주의하라!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멍, 멍!”이라고.


그 동물이 전하는 소식을 재구성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일 것이다. 나는 한 마리의 개였다. 아니면 뭐, 외모가 개와 비슷하기도 했지만 또 오늘날의 작은 우제류(偶蹄類) 가축들을 약간 닮았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나는 우제류처럼 짝수의 발굽을 지닌 핀셔(사냥개의 일종)와 같은 동물로서, 진화가 낳은 벼락 출세자였던 셈이다. 또 말하자면 쥐라기 공원이 주연배우들이 없어져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뒤로 역사의 그늘을 과감히 헤치고 나온 포유류의 하나였다. 나는 외계의 존재와 결부되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폐증 어린이를 고쳐준다거나 혹은 텔레비전 시리즈물에서 어릿광대짓을 할 생각 같은 것은 추호도 없었다. 게다가 또 내가 목이 쉬도록 짖어댄다고 해도 아무도 진지하게 명상에 젖어보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리 윌리>에 열광하면서 자연 상태 그대로의 당당한 돌고래를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 과거로 여행을 해본 자라면 여지없이 나와 마주치게 되었으리라. 그때부터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파키스탄의 얕은 바다나 냇물 혹은 웅덩이에서 진흙을 뒤집어쓰고 뒹굴면서 작은 가축들을 사냥하여 먹었다. 또한 끔찍하게도 고된 작업이었지만 수중에서도 음파의 전달을 들을 수 있도록 내 청각을 바꿔놓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나는 수중에서 조금밖에 들리지 않으며 물 위에서도 그렇게 잘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나마 완전히 백치와 같은 꼴이 되지 않을 만큼은 충분히 들린 셈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일자리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일자리냐고? 그거야, 고래가 되는 것이지! 애완동물이라고는 하지만 횟감이 되거나 종교 대용물이 되거나 하는 중간에 자리를 잡게 되었으니 끊임없이 절멸의 위험 속에 내놓인 꼴이 되게 생겼다. 다 털어놓자면, 나는 바로 고래의 조상이 파키세투스(Pakicetus)였다.


(중략)


파키세투스가 정확히 언제 살았는지는 100퍼센트로 정확하게 그 기간을 꼽아볼 수가 없다. 추정컨대 녀석이 발전해 갔던 기간은 5,200만 년 전에서 4,800만 년 전에 이르기까지의 시기였다. 세계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호주 대륙이 결국 남극 대륙과 작별하면서 좀더 따뜻한 수역을 찾아 나섰다. 인도 대륙은 아시아 대륙에 부딪쳐 충돌을 일으키며 티베트의 고산지대를 치솟게 했다. 테티스 해는 점점 더 좁아져 가다가 얕은 바다나 바다와 단절된 저수지들이 여기저기 늘어선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런 저수지에는 육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간혹 뛰어들기도 했는데, 이처럼 가끔씩 물고기의 날을 가져보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는 녀석들도 꽤 있었다.


고래는 그럼 대체 어느 혈통에 더 가까운가 하는 문제에 대해 오늘날 분자생물학자와 형태론 연구자들은 서로 껴안고 있는 상태이다. 후자들은 사멸해버린 유제류(Huftier, 有蹄類, 발굽을 가진 동물)의 한 부류인 메소니키아(Mesonychier)를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보며, 분자생물학자들은 같은 시대에 살았던 하마를 녀석의 삼촌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근자에 파키스탄에서 나온 뼈 유적은 분자생물학자의 손을 들어주는 듯 보인다. 확실한 것은 고래의 조상들도 단일한 계통에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여러 계통에서 나란히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결론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화석은 5,350만 년 전에 히말라야 남부에 살았던 녀석의 아래턱 조각으로서, 이 때문에 녀석은 발음하기도 힘든 히말라야세투스 수바투엔시스(Himalayacetus subathuensis)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죽은 자가 어찌 싫다고 거스를 수 있겠는가. 수바투 층군에서 나온 히말라야 고래가 정말 모든 고래의 조상이며 또 파키세투스 과에 귀속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암불로세투스(Ambulocetus)도 이처럼 ‘수영하며 달리는 고래’라는 제 명칭을 대하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을 것이다. 추정컨대 암불로세투스는 파키세투스 뒤로 50만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등장했지만 직계 후손은 아니고 오히려 사촌쯤 되는 녀석이다. 길이가 4미터나 나가는 몸집으로 녀석은 무슨 일에라도 대뜸 덤벼들고는 했다. 외모를 보면 늑대보다는 차라리 행운의 푸흐르가 깨끗이 면도를 하고 난 모습을 상기시킨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면 수달과 악어의 잡종을 떠올리며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녀석은 수달처럼 헤엄쳐 다녔으며 악어처럼 아열대의 열기를 지닌 호숫가나 얕은 바다에 엎드려 있었고, 물속에서는 위쪽 높이 자리 잡은 눈만 수면 위로 빼꼼히 내놓고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바로 이 점에 많은 육지 서식 동물들이 물  속으로 들어갔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메뉴가 여러 가지로 더 많아지게 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물은 또한 위장하는 데에도 아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암불로세투스의 잠정적인 먹잇감들은 그게 설령 여러분이었더라도 아마 틀림없이 녀석이 있는 수역에 상당히 가까이까지 다가가고는 했을 것이다. 끈질기게 추격해 오기에는 녀석의 뒤뚱거리는 발이 적합하지 못해 보였다. 너무 길쭉한데다가 물갈퀴까지 달려 있었다. 그 대신 녀석은 천생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일생을 관조 속에서 보냈다. 


프랭크 섀칭, 『바다를 통한 시간여행』, 정재경,오윤희 옮김, 영림카디널(2011), p.214~218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