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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한 시간여행』#2, 프랭크 섀칭


지난 갈피는 고래의 진화 이야기였는데, 오늘날과 같은 고래와 돌고래가 출현하기 시작한 건 대략 500만 년 전이라고 해. 인도와 유라시아 대륙판이 근접하던 5천만 년 전쯤에 파키세투스가 그 사이 테티스 해변으로 돌아온 후 아주 긴 시간이 흘렀지. 그 동안 대륙이 융기하며 바다였던 곳이 히말라야 산맥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판게아가 분리되기 이전 고생대 말에 시작, 1억 년에 걸쳐 펼쳐진 척추동물 상륙작전과 비교하면 그 절반 정도 시간밖에 안 걸린 셈이야. 육지에서 한 2~3억 년 살았나, 연달아 쓴 너무 큰 숫자들이 감각이 안 되어서 그림을 그려봤더니 꼬부라진 게 지팡이를 닮았네.


인류와 생명의 진화, 지구와 우주의 역사, ‘빅 히스토리’라고도 하는 이런 이야기에 매료되곤 해. 바다책_갈피에 소개한 것들이 그런 이야기들. 나 자신을 인간 종 차원에서 생각하고 의식이나 마음의 진화와 포개어 음미하면 내가 아주 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져. 그러면 세계와 다른 존재들과의 유대를 느낄 때가 있어. 아득함. 그것은 그 거리를 뛰어넘는 어떤 기적을 예감하게 해서 아름다워. 그 기적은 꼬부라진 궤적을 그리며 되돌아와, 작지만 경계가 흐려진, 경계 없이 옹골찬 자기의 느낌. 그러면 조금 떨어진 곁에서 수런거리는 다른 존재들이 들려와.


모든 존재는 언어를 가진다고 생각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말을 하지. 안 그럼 우리가 어떻게 파키세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을 알 수 있었겠어. 그러니 고래야 말해 뭐해. 그들은 생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와 다를 수 있지만 느끼고 말한다는 건 같아. 그 의미들을 잘 알 순 없지만 그런 게 있다는 건 알 수 있어. 마음 기울이면 그 의미도 조금은. 이렇게 말하다 보니 사람 사이도 비슷한 것 같아. 누군가와 아득한 거리를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아. 멀지만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러면 그 사람이 말해 온다. 




고래가 노래까지 큰소리로 흥얼거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다. 혹 고래 자신들이 그 노래를 듣고는 펄쩍 놀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래가 내는 신음이나 울음소리에서 멜로디를 구성해내는 것이 유행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심지어 어떤 고래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목록까지 생긴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바다 포유동물이 매 계절마다 음성의 순서를 뒤바꿔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비밀이나 신비로운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두고 대양의 깊은 곳에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색다른 암호나 메시지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곧 우리가 저녁에 명상하면서 듣곤 하는 부드러운 CD 소리도 수중의 일상에서 들으면 고막이 터질 정도로 크게 들리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고래 연구가가 교미를 하려는 수컷의 사랑노래나 혹은 경쟁 수컷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려고 할 때의 소리를 측정해보니 150에서 180데시벨 사이였다. 그 정도면 군부대 비행장의 활주로 옆에 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사실 모든 고래들이 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노래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로지 혹등고래만이 이 비법의 히트곡을 부를 수 있다.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나 참고래는 그에 비해 초저주파 불가청음으로 소리 지르고, 귀신고래는 낡은 마루청이 삐걱대는 소리를 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규모가 큰 혹등고래 무리들마다 모두 자기 무리에 속한 녀석들을 대체적으로 순종하고 따르도록 만드는 각각의 고유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 포유동물은 요즈음 일종의 문화 교류와 같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해안에서 채집한 최신 유행가 소리를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해안에다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외에도 대왕고래, 참고래, 밍크고래, 보리고래, 브라이드고래, 그리고 혹등고래 등등의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들의 말소리들은 방언으로 서로서로 구분된다. 동태평양에서는 서쪽에서보다 삐걱대는 듯한 고래 소리가 더 걸걸하게 민중적으로 들리고, 대서양에서는 인도양에서와는 다른 음열(音列)로 들린다. 그러한 것들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게 뭐든 간에, 종마다 전형적인 레퍼토리 혹은 생동감 있고 발전가능성 있는 언어인 ‘고래말(Walisch)’이 있는 것이다.


프랭크 섀칭, 『바다를 통한 시간여행』, 정재경,오윤희 옮김, 영림카디널(2011), p.400~401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