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숲의 가시화: 예술로 놀이하는 산다이
바다숲의 가시화:
예술로 놀이하는 산다이
(구성: 현지예)
-바다숲이란 것이 실체가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바다를 숲으로 비유한 거라던가...
-지구 산소의 70%가 바다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그런 비유도 틀리지 않겠지요. 그런데 그 70%의 산소를 뿜어내는 게 바다숲에서... 실제로 숲이 있다고 하네요.
-바닷가 숲 말고 바다숲이요?
-네. 바다 속에도 숲이 있다고 합니다.
-간밤에 파도소리를 들었습니다.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다가, 듣다가... 잠이 들었나... 숨이 들고 숨이 나는 리듬 리듬 바다는 들숨이 깊은가, 나무를 보고 바람을 맞았다더니... 아침에 파도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코가 뻥 뚫려 있었어요.
-바다숲이 뭔가 생각하다가 잠이 드셨나보군요. 파도소리라..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개념은 소리가 나지 않죠. 바다숲은 실제로 있는 겁니다. 있다고 하네요. 저도 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있다면 소리가 날 테니 바다숲과 소리도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봐도 몰랐던 건 아니고요? 저기 보이는 김, 저것도 바다숲에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저건 양식 김이지만. 김, 미역, 다시마, 이런 걸 갈조류라고 하나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라 만질 수도 있잖아요, 입과 목구멍, 내장들을 거쳐 항문까지 온몸 구석구석으로!
-저는 그냥 걸었습니다. 섬에 와서 땅을 밟았습니다. 허공을 걷는 것 같기도 했죠.
-저도 걸었어요. 섬과 섬을 걸으며 바다, 숲, 나무, 흙, 그밖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바다숲은 당연히도 볼 수 없었어요.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 거예요.
-땅을 딛고 비약하는 것도 좋지요. 비약은 예술가의 특권이지 않습니까? 눈물로 젖은 종이배를 띄우고 대양을 건너게도 하지요.
-하하하. 우리는 자발적으로 모인 것도 아닙니다. 바다숲 살리기라니.. 제가 왜 여기에 호출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신안군이 섬들로만 이루어진 군이라는 거 아세요? 1004의 섬이라고 들었지만 섬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요. 지도에서 신안군을 찾다가 알았어요. 어디 딸린 섬들인가 라고, 저도 섬 출신이지만 내가 사는 섬 말고는 육지에 부속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대양 한 가운데 불쑥 솟아난 섬들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르죠.
-더 깊은 곳에서는 그런 섬들도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 아래도 땅이 있잖습니까. 대륙이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큰 섬일 뿐이라고 하죠.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유적 표현일 뿐이라는 겁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요.
-무의식이 깊은 바다에 비유되곤 하죠.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더 이상 햇빛이 들지 않듯 무의식에서는 개별성이 없는... 저에게는 바다가 그런 이미지예요. 인간의 무의식들이, 아니 무의식들이 종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바다 속 사정과 비슷하고...
-섬과 바다를 통한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는 것도 그럼 이미 이루어진 거 아닌가요? 이미 다 연결되어 있는데 뭘 더 연결하자는 건가요? 인간의 이런 연결주의가 전 좀 지겨운데요. 부자연스럽고... 도리어 온 데에 해를 끼치는 거 아닌가요? 바다숲 살리기도, 이미 살고 있는데요?
-인간이 오만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자연인 거죠.
-오염되었다고 기후 위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살아요. 그런데 살리자고 하니... 있는 그대로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져요. 이렇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언제나 더러는 살고, 더러는 죽고, 살다가 죽었어요. 살리자니요! 인류세라는 명명도 저는 영...
-우리가 어떻게 될까봐 염려하고 조심하자는 거 아닌가요? 생존본능이 꿈틀대는 것일 수도 있어요. 혹시 우리가 죽을까봐. 인간은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니까요.
-전 세계적 코로나 거리두기 사태에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니 이런 상반된 경우가 어딨습니까. 전 꼼짝도 못하겠습니다.
-크크크. 가상의 네트워크들은 부지기수지요. 네트워크라는 게 원래 가상인 건가?
(Custodians / Randy Richardson)
(Body of Water / Deborah Lemuel)
-우리가 무의식에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종마저 뛰어넘는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
-실제 네트워크들이 거리둠에 기반해 이루어지죠. 섬과 같은 고립된 개별 존재들이 있으니 연결도 가능한 것인데... 어떤 층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의식하는 것이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후후후. 어쩌죠, 저는 차로 5분 거리에 해양 보호구역이 있는데요, 거기 바다숲이 있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첨벙! 바다에 들어앉는 거죠.
-저는 바다가 무서워요. 그 깊고 어두운 곳을 들여다봤을 때, 물속에서 등골이 오싹, 소름이 끼쳤어요. 내가 모르는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낯선 그림에 쑤욱 잡아먹힐 것 같았어요.
-무의식을 들여다본 듯 이야기하시네요. 저도 바다가 무섭습니다. 그런데 바다 노래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바다와 노래를 띄어 썼습니다만... 차를 타고 통영을 지나면서 바다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며 만든 곡이 있습니다.
-차 안에서 스치듯 본 거였어요? 곡에서 바다 속 느낌이 나던데요?
-아, 맞습니다. 그 때 본 바다 위의 하늘이 꼭 바다 속 같았어요.
-사실 제가 들었다는 파도소리는 옆 사람이 자면서 숨을 쉬는 소리였습니다. 잠결에는 정말 파도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뱃속에 고대의 바다를 품고 있었어요. 몇 년 전 임신했을 때, 양수요. 우리 모두는 바다에서 왔다죠.
-그러고 보니 고생대 척추동물로 상륙한 이후로 처음 귀향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바다거북 새끼들 같기도 해요. 그들도 바다에서 왔지만, 바다를 모르고, 다만 거기까지 기어갈 뿐...
-흐흐흐. 돌아가는 거 쉽지 않을 걸요. 올해 처음으로 서핑을 해봤는데요, 보드에는 제대로 올라타 보지도 못했어요. 파도에 밀려 자꾸만 모래로 나앉더라고요. 거기 올라타 보겠다고 애를 쓰는데, 마음과는 달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도가 가라는 길로 떠밀려가곤 했어요.
-마음과는 달리, 의지와는 상관없이라... 인간은 웃깁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요. 다가갈 수 없다면, 기왕에 더 멀리 가자고 하셨나요? 그런데 거기에 다가간다 해도 거기 있는 것들은 우리에게 물러나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것들이 단지 보는 대상이라면.
-모래밭에 앉아서 바다를 보니 파도는 거대한 바다의 끝자락이었어요.
-고래는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바다로 돌아갔을까?
-걷는 것보다 기는 게 더 좋겠습니다. 헤엄치는 몸 다음에는 기는 몸이었지요.
-아니요, 배밀이가 먼저예요! 기는 놈 아래 더 기는 놈이 있다고요.
-사실 저는 바다숲을 본 적이 있어요. 바다 속에도 햇빛이 들고 해조류들이.. 바닷말이라고 할게요, 매우 다양한 바닷말들이 바다 속에서는 서 있습니다. 서서 흔들리며 숲을 이루고 있었어요. 바짝 말려 눕혀진 것으로 보아왔던 김과 미역들이 땅에 뿌리박고 서서 물결 따라 춤추듯 움직였어요. 길고 부드러운 잎들이 절대 고요 속에서 작은 공기방울들을 수없이 밀어올리며...
3)
(The sea is on fire, we are being reclaimed / Sujin SASAKI)
-피상적이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겁니다.
-밟을 수 없는 영역,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인간이 체험할 수 없는 영역... 이런 말로 퉁치고 말이죠?
-우리 대개 피상적이지 않나요? 찌르거나 찔려서 벌어질 만큼 상처가 나지 않는 한.
-아니요, 인간은 피상적인 것으로 만족 못하죠.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잖습니까. 지구 내부를 탐사한다고 바닥에 구멍을 뚫기도 합니다. 하긴, 그래봤자 12km라니... 여전히 피상적인가?
-바다숲이 지구 산소의 70%를 생산한다고 했지요...
-그만큼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지금 포화상태, 바다 온도가 상승한다고 하네요.
-사실 전 이런 말들 체감이 잘 안 되거든요.
-저는 바다숲이 어린이집 같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숲이 우거져 안전하니까 어린 물고기들이 숨어 산다는 것이.. 현재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입장이라 와 닿았죠.
-지인 중에 미세먼지에 예민한 사람이 있어요.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면 굉장히 힘들어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얼굴이 진짜 안 됐어요. 그 정도 민감하면 와 닿을까요?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가 그런 감각, 미세감각을 일깨우고 있는 듯해요.
(Looking for the Lungs of the Earth / Sacha Copland)
-바다에는 원시적 감각체계가 현존하고 있습니다. 육지보다는 섬 쪽이 훨씬 그렇고요. 그런데 그것이 미개하고 무식한 것으로 취급되어 봉하려 했던 역사가 길어요. 그러나 안 봉해지고 수시로 호출되어 왔지요. 특히 예술에서. 그러나 문화로 사유하려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지금이 그러기 위한 좋은 때가 아닐까요?
-실제로 바다숲에 가보고 싶습니다. 섬이든, 바다든, 가능하면 자주, 길게... 장소에 머무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이 더 알고 싶어요. 껍질에도 볼 게 많아요.
-신안에 와서는 물이 빠진 바다를 많이 보게 되네요. 하루에 두 번 바다가 나가고 들어온다고 하는데.. 전 늘 물이 빠진 이곳에 있네요. 그러다보니 갯벌이 하루 두 번 바다 속의 숨은 바다숲이 드러난 것이라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바다숲이 내 생각 속 초록 나뭇잎 색이 아니라면...
-나무들도 절대 초록색만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바다숲을 모른다고 하지만, 나무는 알고 있나 몰라요.
-알아야 아는 건가요? 알지 못하고서도 같이 살아요. 자꾸 알려고 하는 거 무엄해요. 게다가 나보다 잘 아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비밀로 간직하고 물러나 있을래요.
-비밀이란 감춰놓은 게 없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라나.... 굴미역국 맛있지요. 미역도 굴도 모르는데 맛있어요.
-후후후. 나는 그것을 그것들을 모른다... 그래서 소박할 수 있군요.
-저는 그냥 걸어보려고 합니다. 호기심 같은 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보죠.
Copyright ⓒ 2020 섬문화다양성네트워크 All rights reserved. 신안군
(구성: 현지예)
-바다숲이란 것이 실체가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바다를 숲으로 비유한 거라던가...
-지구 산소의 70%가 바다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그런 비유도 틀리지 않겠지요. 그런데 그 70%의 산소를 뿜어내는 게 바다숲에서... 실제로 숲이 있다고 하네요.
-바닷가 숲 말고 바다숲이요?
-네. 바다 속에도 숲이 있다고 합니다.
-간밤에 파도소리를 들었습니다.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다가, 듣다가... 잠이 들었나... 숨이 들고 숨이 나는 리듬 리듬 바다는 들숨이 깊은가, 나무를 보고 바람을 맞았다더니... 아침에 파도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코가 뻥 뚫려 있었어요.
-바다숲이 뭔가 생각하다가 잠이 드셨나보군요. 파도소리라..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개념은 소리가 나지 않죠. 바다숲은 실제로 있는 겁니다. 있다고 하네요. 저도 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있다면 소리가 날 테니 바다숲과 소리도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봐도 몰랐던 건 아니고요? 저기 보이는 김, 저것도 바다숲에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저건 양식 김이지만. 김, 미역, 다시마, 이런 걸 갈조류라고 하나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라 만질 수도 있잖아요, 입과 목구멍, 내장들을 거쳐 항문까지 온몸 구석구석으로!
-저는 그냥 걸었습니다. 섬에 와서 땅을 밟았습니다. 허공을 걷는 것 같기도 했죠.
-저도 걸었어요. 섬과 섬을 걸으며 바다, 숲, 나무, 흙, 그밖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바다숲은 당연히도 볼 수 없었어요.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 거예요.
-땅을 딛고 비약하는 것도 좋지요. 비약은 예술가의 특권이지 않습니까? 눈물로 젖은 종이배를 띄우고 대양을 건너게도 하지요.
-하하하. 우리는 자발적으로 모인 것도 아닙니다. 바다숲 살리기라니.. 제가 왜 여기에 호출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신안군이 섬들로만 이루어진 군이라는 거 아세요? 1004의 섬이라고 들었지만 섬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요. 지도에서 신안군을 찾다가 알았어요. 어디 딸린 섬들인가 라고, 저도 섬 출신이지만 내가 사는 섬 말고는 육지에 부속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대양 한 가운데 불쑥 솟아난 섬들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르죠.
-더 깊은 곳에서는 그런 섬들도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 아래도 땅이 있잖습니까. 대륙이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큰 섬일 뿐이라고 하죠.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유적 표현일 뿐이라는 겁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요.
-무의식이 깊은 바다에 비유되곤 하죠.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더 이상 햇빛이 들지 않듯 무의식에서는 개별성이 없는... 저에게는 바다가 그런 이미지예요. 인간의 무의식들이, 아니 무의식들이 종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바다 속 사정과 비슷하고...
-섬과 바다를 통한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는 것도 그럼 이미 이루어진 거 아닌가요? 이미 다 연결되어 있는데 뭘 더 연결하자는 건가요? 인간의 이런 연결주의가 전 좀 지겨운데요. 부자연스럽고... 도리어 온 데에 해를 끼치는 거 아닌가요? 바다숲 살리기도, 이미 살고 있는데요?
-인간이 오만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자연인 거죠.
-오염되었다고 기후 위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살아요. 그런데 살리자고 하니... 있는 그대로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져요. 이렇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언제나 더러는 살고, 더러는 죽고, 살다가 죽었어요. 살리자니요! 인류세라는 명명도 저는 영...
-우리가 어떻게 될까봐 염려하고 조심하자는 거 아닌가요? 생존본능이 꿈틀대는 것일 수도 있어요. 혹시 우리가 죽을까봐. 인간은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니까요.
-전 세계적 코로나 거리두기 사태에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니 이런 상반된 경우가 어딨습니까. 전 꼼짝도 못하겠습니다.
-크크크. 가상의 네트워크들은 부지기수지요. 네트워크라는 게 원래 가상인 건가?
(Custodians / Randy Richardson)
(Body of Water / Deborah Lemuel)
-우리가 무의식에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종마저 뛰어넘는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
-실제 네트워크들이 거리둠에 기반해 이루어지죠. 섬과 같은 고립된 개별 존재들이 있으니 연결도 가능한 것인데... 어떤 층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의식하는 것이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후후후. 어쩌죠, 저는 차로 5분 거리에 해양 보호구역이 있는데요, 거기 바다숲이 있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첨벙! 바다에 들어앉는 거죠.
-저는 바다가 무서워요. 그 깊고 어두운 곳을 들여다봤을 때, 물속에서 등골이 오싹, 소름이 끼쳤어요. 내가 모르는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낯선 그림에 쑤욱 잡아먹힐 것 같았어요.
-무의식을 들여다본 듯 이야기하시네요. 저도 바다가 무섭습니다. 그런데 바다 노래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바다와 노래를 띄어 썼습니다만... 차를 타고 통영을 지나면서 바다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며 만든 곡이 있습니다.
-차 안에서 스치듯 본 거였어요? 곡에서 바다 속 느낌이 나던데요?
-아, 맞습니다. 그 때 본 바다 위의 하늘이 꼭 바다 속 같았어요.
-사실 제가 들었다는 파도소리는 옆 사람이 자면서 숨을 쉬는 소리였습니다. 잠결에는 정말 파도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뱃속에 고대의 바다를 품고 있었어요. 몇 년 전 임신했을 때, 양수요. 우리 모두는 바다에서 왔다죠.
-그러고 보니 고생대 척추동물로 상륙한 이후로 처음 귀향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바다거북 새끼들 같기도 해요. 그들도 바다에서 왔지만, 바다를 모르고, 다만 거기까지 기어갈 뿐...
-흐흐흐. 돌아가는 거 쉽지 않을 걸요. 올해 처음으로 서핑을 해봤는데요, 보드에는 제대로 올라타 보지도 못했어요. 파도에 밀려 자꾸만 모래로 나앉더라고요. 거기 올라타 보겠다고 애를 쓰는데, 마음과는 달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도가 가라는 길로 떠밀려가곤 했어요.
-마음과는 달리, 의지와는 상관없이라... 인간은 웃깁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요. 다가갈 수 없다면, 기왕에 더 멀리 가자고 하셨나요? 그런데 거기에 다가간다 해도 거기 있는 것들은 우리에게 물러나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것들이 단지 보는 대상이라면.
-모래밭에 앉아서 바다를 보니 파도는 거대한 바다의 끝자락이었어요.
-고래는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바다로 돌아갔을까?
-걷는 것보다 기는 게 더 좋겠습니다. 헤엄치는 몸 다음에는 기는 몸이었지요.
-아니요, 배밀이가 먼저예요! 기는 놈 아래 더 기는 놈이 있다고요.
-사실 저는 바다숲을 본 적이 있어요. 바다 속에도 햇빛이 들고 해조류들이.. 바닷말이라고 할게요, 매우 다양한 바닷말들이 바다 속에서는 서 있습니다. 서서 흔들리며 숲을 이루고 있었어요. 바짝 말려 눕혀진 것으로 보아왔던 김과 미역들이 땅에 뿌리박고 서서 물결 따라 춤추듯 움직였어요. 길고 부드러운 잎들이 절대 고요 속에서 작은 공기방울들을 수없이 밀어올리며...
(The sea is on fire, we are being reclaimed / Sujin SASAKI)
-피상적이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겁니다.
-밟을 수 없는 영역,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인간이 체험할 수 없는 영역... 이런 말로 퉁치고 말이죠?
-우리 대개 피상적이지 않나요? 찌르거나 찔려서 벌어질 만큼 상처가 나지 않는 한.
-아니요, 인간은 피상적인 것으로 만족 못하죠.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잖습니까. 지구 내부를 탐사한다고 바닥에 구멍을 뚫기도 합니다. 하긴, 그래봤자 12km라니... 여전히 피상적인가?
-바다숲이 지구 산소의 70%를 생산한다고 했지요...
-그만큼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지금 포화상태, 바다 온도가 상승한다고 하네요.
-사실 전 이런 말들 체감이 잘 안 되거든요.
-저는 바다숲이 어린이집 같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숲이 우거져 안전하니까 어린 물고기들이 숨어 산다는 것이.. 현재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입장이라 와 닿았죠.
-지인 중에 미세먼지에 예민한 사람이 있어요.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면 굉장히 힘들어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얼굴이 진짜 안 됐어요. 그 정도 민감하면 와 닿을까요?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가 그런 감각, 미세감각을 일깨우고 있는 듯해요.
(Looking for the Lungs of the Earth / Sacha Copland)
-바다에는 원시적 감각체계가 현존하고 있습니다. 육지보다는 섬 쪽이 훨씬 그렇고요. 그런데 그것이 미개하고 무식한 것으로 취급되어 봉하려 했던 역사가 길어요. 그러나 안 봉해지고 수시로 호출되어 왔지요. 특히 예술에서. 그러나 문화로 사유하려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지금이 그러기 위한 좋은 때가 아닐까요?
-실제로 바다숲에 가보고 싶습니다. 섬이든, 바다든, 가능하면 자주, 길게... 장소에 머무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이 더 알고 싶어요. 껍질에도 볼 게 많아요.
-신안에 와서는 물이 빠진 바다를 많이 보게 되네요. 하루에 두 번 바다가 나가고 들어온다고 하는데.. 전 늘 물이 빠진 이곳에 있네요. 그러다보니 갯벌이 하루 두 번 바다 속의 숨은 바다숲이 드러난 것이라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바다숲이 내 생각 속 초록 나뭇잎 색이 아니라면...
-나무들도 절대 초록색만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바다숲을 모른다고 하지만, 나무는 알고 있나 몰라요.
-알아야 아는 건가요? 알지 못하고서도 같이 살아요. 자꾸 알려고 하는 거 무엄해요. 게다가 나보다 잘 아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비밀로 간직하고 물러나 있을래요.
-비밀이란 감춰놓은 게 없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라나.... 굴미역국 맛있지요. 미역도 굴도 모르는데 맛있어요.
-후후후. 나는 그것을 그것들을 모른다... 그래서 소박할 수 있군요.
-저는 그냥 걸어보려고 합니다. 호기심 같은 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보죠.
Copyright ⓒ 2020 섬문화다양성네트워크 All rights reserved. 신안군
Sujin SASAKI
일본
Randy Richardson
캐나다
이권형, 파제
한국
오치근
한국
김이슬
한국
박윤삼
한국
Deborah Lemuel
필리핀
Sacha Copland
뉴질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