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숲의 가시화: 예술로 놀이하는 산다이  

 바다숲의 가시화: 

 예술로 놀이하는 산다이 

The sea is on fire, we are being reclaimed
사운드 작업 / 10분50초
Sujin SASAKI
일본
Custodians
사진 작업 / 디지털 카메라
Randy Richardson
캐나다
산다이섬의 친구들 / 산다이섬의 민요 / 섬
사운드 작업 / 2분26초, 1분4초, 4분4초
이권형, 파제
한국
신안섬 바다숲
그림책 스토리보드 / 총 16바닥 32페이지
오치근
한국
바다숲 part1: Journey / 바다숲 part2: below
비디오 작업 / 2분 50초
김이슬
한국
무제
캔버스에 유채 / 116×80(cm)
박윤삼
한국
Body of Water
비디오 작업 / 3분19초
Deborah Lemuel
필리핀
Looking for the Lungs of the Earth
비디오 작업 / 2분 47초
Sacha Copland
뉴질랜드
어떤 대화 - 바다숲을 찾아서

(구성: 현지예)


1)

(무제 / 박윤삼)

-바다숲이란 것이 실체가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바다를 숲으로 비유한 거라던가...

-지구 산소의 70%가 바다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그런 비유도 틀리지 않겠지요. 그런데 그 70%의 산소를 뿜어내는 게 바다숲에서... 실제로 숲이 있다고 하네요.

-바닷가 숲 말고 바다숲이요?

-네. 바다 속에도 숲이 있다고 합니다.

-간밤에 파도소리를 들었습니다.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다가, 듣다가... 잠이 들었나... 숨이 들고 숨이 나는 리듬 리듬 바다는 들숨이 깊은가, 나무를 보고 바람을 맞았다더니... 아침에 파도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코가 뻥 뚫려 있었어요.

(산다이섬의 친구들 / 이권형, 파제)

-바다숲이 뭔가 생각하다가 잠이 드셨나보군요. 파도소리라..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개념은 소리가 나지 않죠. 바다숲은 실제로 있는 겁니다. 있다고 하네요. 저도 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있다면 소리가 날 테니 바다숲과 소리도 붙여 쓰는 것이 좋겠어요.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봐도 몰랐던 건 아니고요? 저기 보이는 김, 저것도 바다숲에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저건 양식 김이지만. 김, 미역, 다시마, 이런 걸 갈조류라고 하나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라 만질 수도 있잖아요, 입과 목구멍, 내장들을 거쳐 항문까지 온몸 구석구석으로!

-저는 그냥 걸었습니다. 섬에 와서 땅을 밟았습니다. 허공을 걷는 것 같기도 했죠.

-저도 걸었어요. 섬과 섬을 걸으며 바다, 숲, 나무, 흙, 그밖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바다숲은 당연히도 볼 수 없었어요.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 거예요.

-땅을 딛고 비약하는 것도 좋지요. 비약은 예술가의 특권이지 않습니까? 눈물로 젖은 종이배를 띄우고 대양을 건너게도 하지요.

-하하하. 우리는 자발적으로 모인 것도 아닙니다. 바다숲 살리기라니.. 제가 왜 여기에 호출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바다숲 part1: Journey / 김이슬)

-신안군이 섬들로만 이루어진 군이라는 거 아세요? 1004의 섬이라고 들었지만 섬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요. 지도에서 신안군을 찾다가 알았어요. 어디 딸린 섬들인가 라고, 저도 섬 출신이지만 내가 사는 섬 말고는 육지에 부속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대양 한 가운데 불쑥 솟아난 섬들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르죠.

-더 깊은 곳에서는 그런 섬들도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 아래도 땅이 있잖습니까. 대륙이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큰 섬일 뿐이라고 하죠.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유적 표현일 뿐이라는 겁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요.

-무의식이 깊은 바다에 비유되곤 하죠.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더 이상 햇빛이 들지 않듯 무의식에서는 개별성이 없는... 저에게는 바다가 그런 이미지예요. 인간의 무의식들이, 아니 무의식들이 종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바다 속 사정과 비슷하고...

-섬과 바다를 통한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는 것도 그럼 이미 이루어진 거 아닌가요? 이미 다 연결되어 있는데 뭘 더 연결하자는 건가요? 인간의 이런 연결주의가 전 좀 지겨운데요. 부자연스럽고... 도리어 온 데에 해를 끼치는 거 아닌가요? 바다숲 살리기도, 이미 살고 있는데요?

-인간이 오만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자연인 거죠.

-오염되었다고 기후 위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살아요. 그런데 살리자고 하니... 있는 그대로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져요. 이렇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언제나 더러는 살고, 더러는 죽고, 살다가 죽었어요. 살리자니요! 인류세라는 명명도 저는 영...

-우리가 어떻게 될까봐 염려하고 조심하자는 거 아닌가요? 생존본능이 꿈틀대는 것일 수도 있어요. 혹시 우리가 죽을까봐. 인간은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니까요.

-전 세계적 코로나 거리두기 사태에 초국가 네트워크라고 하니 이런 상반된 경우가 어딨습니까. 전 꼼짝도 못하겠습니다.

-크크크. 가상의 네트워크들은 부지기수지요. 네트워크라는 게 원래 가상인 건가?

(Custodians / Randy Richardson)


2)

(Body of Water / Deborah Lemuel)

-우리가 무의식에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종마저 뛰어넘는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

-실제 네트워크들이 거리둠에 기반해 이루어지죠. 섬과 같은 고립된 개별 존재들이 있으니 연결도 가능한 것인데... 어떤 층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의식하는 것이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후후후. 어쩌죠, 저는 차로 5분 거리에 해양 보호구역이 있는데요, 거기 바다숲이 있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첨벙! 바다에 들어앉는 거죠.

-저는 바다가 무서워요. 그 깊고 어두운 곳을 들여다봤을 때, 물속에서 등골이 오싹, 소름이 끼쳤어요. 내가 모르는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낯선 그림에 쑤욱 잡아먹힐 것 같았어요.

-무의식을 들여다본 듯 이야기하시네요. 저도 바다가 무섭습니다. 그런데 바다 노래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바다와 노래를 띄어 썼습니다만... 차를 타고 통영을 지나면서 바다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며 만든 곡이 있습니다.

-차 안에서 스치듯 본 거였어요? 곡에서 바다 속 느낌이 나던데요?

-아, 맞습니다. 그 때 본 바다 위의 하늘이 꼭 바다 속 같았어요.

-사실 제가 들었다는 파도소리는 옆 사람이 자면서 숨을 쉬는 소리였습니다. 잠결에는 정말 파도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뱃속에 고대의 바다를 품고 있었어요. 몇 년 전 임신했을 때, 양수요. 우리 모두는 바다에서 왔다죠.

-그러고 보니 고생대 척추동물로 상륙한 이후로 처음 귀향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바다거북 새끼들 같기도 해요. 그들도 바다에서 왔지만, 바다를 모르고, 다만 거기까지 기어갈 뿐...

(신안섬 바다숲 / 오치근)

-흐흐흐. 돌아가는 거 쉽지 않을 걸요. 올해 처음으로 서핑을 해봤는데요, 보드에는 제대로 올라타 보지도 못했어요. 파도에 밀려 자꾸만 모래로 나앉더라고요. 거기 올라타 보겠다고 애를 쓰는데, 마음과는 달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도가 가라는 길로 떠밀려가곤 했어요.

-마음과는 달리, 의지와는 상관없이라... 인간은 웃깁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요. 다가갈 수 없다면, 기왕에 더 멀리 가자고 하셨나요? 그런데 거기에 다가간다 해도 거기 있는 것들은 우리에게 물러나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것들이 단지 보는 대상이라면.

-모래밭에 앉아서 바다를 보니 파도는 거대한 바다의 끝자락이었어요.

(바다숲 part2: below / 김이슬)

-고래는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바다로 돌아갔을까?

-걷는 것보다 기는 게 더 좋겠습니다. 헤엄치는 몸 다음에는 기는 몸이었지요.

-아니요, 배밀이가 먼저예요! 기는 놈 아래 더 기는 놈이 있다고요.

-사실 저는 바다숲을 본 적이 있어요. 바다 속에도 햇빛이 들고 해조류들이.. 바닷말이라고 할게요, 매우 다양한 바닷말들이 바다 속에서는 서 있습니다. 서서 흔들리며 숲을 이루고 있었어요. 바짝 말려 눕혀진 것으로 보아왔던 김과 미역들이 땅에 뿌리박고 서서 물결 따라 춤추듯 움직였어요. 길고 부드러운 잎들이 절대 고요 속에서 작은 공기방울들을 수없이 밀어올리며...

(섬 / 이권형, 파제)


3)

(The sea is on fire, we are being reclaimed / Sujin SASAKI)

-피상적이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겁니다.

-밟을 수 없는 영역,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인간이 체험할 수 없는 영역... 이런 말로 퉁치고 말이죠?

-우리 대개 피상적이지 않나요? 찌르거나 찔려서 벌어질 만큼 상처가 나지 않는 한.

-아니요, 인간은 피상적인 것으로 만족 못하죠.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잖습니까. 지구 내부를 탐사한다고 바닥에 구멍을 뚫기도 합니다. 하긴, 그래봤자 12km라니... 여전히 피상적인가?

-바다숲이 지구 산소의 70%를 생산한다고 했지요...

-그만큼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지금 포화상태, 바다 온도가 상승한다고 하네요.

-사실 전 이런 말들 체감이 잘 안 되거든요.

-저는 바다숲이 어린이집 같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숲이 우거져 안전하니까 어린 물고기들이 숨어 산다는 것이.. 현재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입장이라 와 닿았죠.

-지인 중에 미세먼지에 예민한 사람이 있어요.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면 굉장히 힘들어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얼굴이 진짜 안 됐어요. 그 정도 민감하면 와 닿을까요?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가 그런 감각, 미세감각을 일깨우고 있는 듯해요.

(Looking for the Lungs of the Earth / Sacha Copland)

-바다에는 원시적 감각체계가 현존하고 있습니다. 육지보다는 섬 쪽이 훨씬 그렇고요. 그런데 그것이 미개하고 무식한 것으로 취급되어 봉하려 했던 역사가 길어요. 그러나 안 봉해지고 수시로 호출되어 왔지요. 특히 예술에서. 그러나 문화로 사유하려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지금이 그러기 위한 좋은 때가 아닐까요?

-실제로 바다숲에 가보고 싶습니다. 섬이든, 바다든, 가능하면 자주, 길게... 장소에 머무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이 더 알고 싶어요. 껍질에도 볼 게 많아요.

-신안에 와서는 물이 빠진 바다를 많이 보게 되네요. 하루에 두 번 바다가 나가고 들어온다고 하는데.. 전 늘 물이 빠진 이곳에 있네요. 그러다보니 갯벌이 하루 두 번 바다 속의 숨은 바다숲이 드러난 것이라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바다숲이 내 생각 속 초록 나뭇잎 색이 아니라면...

-나무들도 절대 초록색만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바다숲을 모른다고 하지만, 나무는 알고 있나 몰라요.

-알아야 아는 건가요? 알지 못하고서도 같이 살아요. 자꾸 알려고 하는 거 무엄해요. 게다가 나보다 잘 아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비밀로 간직하고 물러나 있을래요.

-비밀이란 감춰놓은 게 없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라나.... 굴미역국 맛있지요. 미역도 굴도 모르는데 맛있어요.

-후후후. 나는 그것을 그것들을 모른다... 그래서 소박할 수 있군요.

-저는 그냥 걸어보려고 합니다. 호기심 같은 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보죠.

(산다이섬의 민요 / 이권형, 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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