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책_갈피>는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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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바다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옛날에 바다가 머물렀던 흔적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옛날에 바다에 머물렀던 흔적이 우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죠. 어떤 밤에는 자다가 파도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스으-ㅂ 파- 스으-ㅂ 파- 바다가 들고 바다가 나는 리듬 리듬... 바다는 들숨이 깊은가 하고 잠결에 숨소리와 연관을 짓기도 하는데, 다음날 깨어서 그게 정말 옆 사람이 자면서 숨 쉬는 소리였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우리가 태아였을 때 양수에 에워싸여 듣던 소리, 어머니의 혈액이 흐르는 소리는 바다에서 잠수할 때 듣는 파도소리와 흡사하다고 해요. 흙과 돌과 풀로 덮인 땅 아래도 그렇지만 우리 몸 안에도 “바다의 단”이 있는 거죠. 호흡, 심장박동, 내장운동 같은 걸 생각해보면, 우리 몸이 바다의 리듬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가? 뭔가 그런 것도 같고 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 – 이 뭔가를 감각하는 것, 그런 감수성을 살리는 것이 바다숲을 살리는 것과 연관되지 않을까 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이 “뭔가”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책이에요. 바다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딛고 그걸 넘어가는. 

  


여러분은 바다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옛날에 바다가 머물렀던 흔적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륙으로 1500km쯤 들어간 곳이라 하더라도, 마음 속의 눈과 귀에 먼 과거의 그 유령 같은 물결과 파도 소리를 재현시켜 주는 증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펜실베니아 주의 어느 산에 올랐을 때, 나는 하얀 석회암 위에 앉아 거기서 수조 개나 되는 아주 미세한 해양 동물 껍데기 모양을 발견했다. 이들은 한때 이곳을 뒤덮고 있던 대양 속에서 살다가 죽어 갔고, 그 석회질 유해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러고 나서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것은 암석으로 변했고, 바다는 후퇴했다. 그러고 나서 또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지각이 비틀리면서 암석이 위로 솟아올라 긴 산맥의 기반이 된 것이다.

 

플로리다 주의 에버글레이즈 대소택지 깊숙한 곳에서 나는 갑자기 바다의 느낌이 밀려드는 것에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바다와 똑같은 편평함, 무한한 공간, 하늘과 그 위에서 움직이고 변하는 구름이 이곳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밟고 서 있는 딱딱한 암석질 바닥 여기저기에 울퉁불퉁한 산호암이 삐죽 나와 있고, 그것이 비교적 최근에 따뜻한 바다 밑에서 만들어진 산호초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 지금은 그 바위는 풀과 물로 살짝 덮여 있다. 그러나 이 땅이 아래에 있는 바다의 단을 덮고 있는 아주 얇은 층에 불과하며, 언제라도 그 과정이 역전되어 이곳이 다시 바다로 변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사방에서 전해져 왔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육지에서 과거에 그곳에 바다가 존재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이충호 옮김, 양철북(2017), p.154~155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책에서 찾고 발췌해 공유하는 코너예요. 오늘 ‘지구의 날’에는 지난번에 이어 “조석(潮汐)”에 관해 좀더 얘기하고 어여쁜 바다 벌레를 소개할 거예요.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까지 내려져 혼란한 와중이지만, 잠시 귀 기울여 “싱그러운 메시지”를 들어보아요. 내가 기울면 언제나 들려요. 지구처럼 기우뚱, 몸을 기울여 듣는 시간이,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자... 지난번 책갈피에서 달이 떨어져 나간 상처자리에 물이 들어찬 게 태평양이라는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우리나라 동해나 황해의 조석은 대부분 이 태평양의 조석이 전파되어 들어온 거예요. 달과 태양 등에 의한 기조력으로 동해와 황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조석도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해요. !?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조석을 일으키는 힘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우주적인 것으로, 지구의 모든 부분에 똑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떤 장소에서 일어나는 조석의 성질은 국지적인 문제로, 거리가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도 (조석간만의 규모와 리듬 등이) 놀라울 정도의 차이가 나타난다.”(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0) 그러니까 동해와 황해의 조차가 차이나는 까닭은 두 바다의 수심과 해저나 연안 지형 등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황해는 수심이 얕아서 조석간만의 차가 크다고 배웠죠? 그건, 태평양의 조석파가 수심이 얕은 바다로 들어오면 그 파장이 짧아지게 되는데, 긴 파장 안에 있었던 에너지가 짧은 파장 안에 응축되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서 그 파고가, 즉 조차가 커지게 되는 거래요. 게다가 황해는 태평양을 향해 넓게 열려 있어서 대양의 조석 에너지의 유입량 자체도 많고요. 또한 태평양 조석파의 주기와 황해의 고유 진동주기와 거의 일치해 공명共鳴 효과(지난번 책갈피에서 중요했던)도 있다 하고,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거예요. 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석은 천체들 사이 힘들과 지구의 국지적 특성들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매우 복잡하고 매우 매우 매혹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거네요. 


두 번째 책갈피는 이런 조석의 리듬을 체화한 생물에 관한 이야기예요. 사실 모든 생물이 그런 생물일 거예요. 기조력은 지구에 있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데다 생물의 몸은 많은 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 뿐 아니라 지구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오래 살았으니까 다들 어딘가에 바다의 기억이 각인돼 있을 거예요. 인간 역시 의식하진 못해도 이 리듬을 ‘알고, 기억하고’ 있어요. 숨과 피와 잠의 리듬으로. (대표적인 게 여성의 월경 주기. “저녁형 인간”에게 이 리듬이 좀더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루나틱lunatic이나 늑대인간과도 연관이 되겠다.) 그런데 오늘 주인공 콘볼루타 로스코펜시스(Convoluta roscoffensis)는 이 바다의 리듬을 보다 강하게 체화한 듯한 초록 벌레랍니다. 어떻게? 녹조류와의 “공생共生”으로.(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라는 책에서도 이 콘볼루타가 소개된다. 인터넷에 사진들이 꽤 많이 떠 다니니 검색해보자. "roscoff worm", "mint-sauce worm"등으로도 불리고, 학명은 Symsagittifera roscoffensis)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조석과 생물 사이의 관계는 아무런 특징도 없이 아주 작은 편평한 몸을 가진 지렁이류인 콘볼루타 로스코펜시스(Convoluta roscoffensis)이다. 이 동물은 브리타니 북부와 채널 제도의 모래 해변에 산다. 콘볼루타는 녹조류와 놀라운 공생 관계를 맺고 사는데, 녹조류 세포가 콘볼루타의 몸 속에 들어가 살기 때문에 그 조직은 녹색을 띠게 된다. 콘볼루타는 공생 관계인 식물이 만들어 내는 녹말을 먹고 사는 영양 섭취 방법에 완전히 의존하기 때문에 소화 기관이 퇴화해 버렸다. 녹조류 세포가 광합성(햇빛이 필요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콘볼루타는 썰물이 빠지자마자 조간대(간만 사이의 해안)의 축축한 모래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이 때 모래 바닥에는 수천 마리의 콘볼루타로 이루어진 커다란 녹색 얼룩이 곳곳에 나타난다. 물이 빠진 몇 시간 동안에 콘볼루타는 이렇게 햇빛 아래에 나와 있고, 그 동안에 식물은 녹말과 당을 만든다. 그러나 밀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면, 콘볼루타는 파도에 휩쓸려 깊은 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콘볼루타의 삶은 조석 주기에 따라 썰물 때에는 햇빛을 받기 위해 위로 올라가고, 밀물 때에는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 행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콘볼루타의 행동 중에서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한 해양생물학자가 어떤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콘볼루타 군집 전체를 실험실로 옮긴 적이 있다. 그 곳의 수족관에는 조석이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콘볼루타는 매일 두 번씩 수족관 바닥의 모래 위로 올라와 햇볕을 쬐었다. 그리고 매일 두 번씩 다시 모래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뇌나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심지어 분명한 지각조차 할 수 없는 콘볼루타가 이질적인 장소에서도 그 작은 녹색 몸의 모든 신경 섬유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의 조석 리듬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이충호 옮김, 양철북(2017), p.235~236

(발췌/코멘터리: 현지예)

<바다책_갈피>는 “바다숲 알리기”의 일환으로, 관련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공유하는 코너예요. 무수히 많은 책들의 숲에서 바다, 섬, 바다숲 등에 관한 이야기를 건져서 올립니다. 


그 첫 갈피는 “조석潮汐”에 관한 이야기예요. ‘조석’은 하루에 두 번씩 바다가 들고 나면서(밀물과 썰물) 해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상이죠. 흔히 지구와 달 사이 인력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거기에 지구와 태양 사이 인력, 그리고 지구와 달의 공동 무게중심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 때 생기는 원심력 등이 어우러진 힘이 바다를 움직이는 기조력입니다. 달은 태양과 비교해서 그 질량은 한참 작지만 이 영향을 능가할 정도로 가까이 있어서, 지구 조석에 끼치는 영향력이 태양의 배 이상이에요.(만유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니까. (몸이 멀어지면 관계는 급속히 멀어진다네))


그런데 이 조석이 지구에 바다가 생기기 전에, 달이 생기기도 전에 벌써 있었다고 해요! 지구가 생겨나 식어가던 시절, 갓난아기 두개골처럼 따끈따끈하고 말캉말캉했던 지표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꾸울렁 꾸울렁했던 거예요. 지구가 냉각되고 지각이 단단해져가면서 이런 조석은 그 정도가 약해졌겠다 싶은데, 어떤 지구인들은 그러기 전에 이 꿀렁임이 점점 더 거대해지다가 지표 일부분이 떨어져나가버리는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태양에 의한 조석도 주기가 있고 지구 자체도 자유 진동 주기(모든 것이 그 고유한 진동 주기가 있다. 대개 단단한 것은 덜 진동하고 유동체는 더 진동한다. 어린아이들이 주변에 쉽게 동조되듯 이때 지구는 아직 굳지 않은 반유동체 상태였으니..)라는 게 있는데, 이 두 주기가 근접하다가 일치하면서 조석의 운동량과 속도가 엄청나게 증폭되어갔던 것이죠. 바로  “공명共鳴” 현상! 그렇게 태양쪽으로 무섭게 솟구쳐오르던 지표가 한계에 이르러 쯔억- 하고 떨어져나가버렸답니다. 너무 가까운 관계에서 가슴 한쪽이 찢겨나가버리는 일이 있듯이 ; 이를테면 오랫동안 뱃속에서 꿀렁이던 태아가 어미 몸 밖으로 떨어져나오듯이 말예요. 이 이야기에 따르면 그렇게 지구가 달을 낳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떨어져나간 상처자리가 태평양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가설이지만 멋진 이야기예요. 관계에 의해 자기를 잃고, 그 상실을 통해 전혀 새로운 관계/시스템/한때가 탄생하는 이야기. 아기가 “한동안” 엄마 주변을 맴돌듯 달이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거네요. 지구를 은근 일렁이게 하면서. 실제로 관측에 따르면 달은 1년에 4cm씩 지구에서 멀어진다고 해요. 원래 태양으로 가고 싶었으니.



새로 생긴 지구에는 바다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조석이 일어났다. 태양의 중력에 끌리는 지표면의 용융 액체는 조석을 일으키며 솟아올라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한 조석은 지각이 냉각되며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점점 정도가 약해졌다. 달이 지구의 아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구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굽이치는 점착성 액체 조석의 속도와 운동량이 커져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높이로 치솟게 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렇게 거대한 조석을 일으킨 힘은 공명 효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에 태양 조석의 주기는 액체 지구의 자유 진동 주기에 접근하다가 일치했다. 그래서 모든 태양 조석은 지구의 진동에서 더 큰 운동량을 얻었고, 하루에 두 차례씩 일어나는 각각의 조석은 바로 그 앞에 일어난 것보다 더 커졌다.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괴물처럼 점점 커져가는 조석이 500년 동안 계속되면, 태양을 향하고 있는 쪽의 조석이 너무 높이 솟아오른 나머지 불안정해져 우주 공간으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고 계산했다. 그렇지만 새로 생겨난 위성은 곧바로 물리학 법칙에 따라 지구 주위의 궤도를 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보는 달이 생겨난 것이다. 


지구의 지각이 반액체 상태일 때가 아니라 약간 굳어진 상태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지구 표면에는 지금도 거대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상처자리가 바로 태평양이다. 일부 지구물리학자들은 태평양 바닥이 지구의 중간층을 이루는 물질인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다른 대양들은 맨 바깥층을 이루는 주요 물질이 얇은 화강암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태평양의 화강암층은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달이 생길 때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달의 평균 밀도는 지구보다 훨씬 작은데(5.5에 비해 3.3), 이것은 달이 지구의 무거운 철질 핵 물질을 하나도 포함하지 않고, 바깥층의 화강암과 일부 현무암만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이충호 옮김, 양철북(2017), p.28~29

(발췌/코멘터리: 현지예)